이슬은 새벽마다 지붕 끝에 맺히고
산신은 그 한 점을 핥으며 사라진다
바람이 하루치 노래를 부르면
계곡물은 맴돌다 스러지고
이름 없는 나무들은 몸을 흔든다
산이 허리를 굽혔다 펴는 사이
기왓장 하나가 종소리처럼 떨린다
한낮의 지루함을 견딘 뒤 저녁이면
굴뚝 연기 따라 고양이 울고
뭇 사람들의 발자국이 마당을 스친다
이 집엔 흙 냄새가 스며 있고
세월은 문설주에 기대 잠이 든다
달빛이 기와 위를 더듬을 때
산은 숨을 낮추고
그 사이로 오래된 이야기가 흘러간다
다시 아침이 오면
웅크린 산이 천천히 몸을 세우고
용마루 끝 망와의 얼굴 위로
햇빛이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