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산의 숨 아래

by 권씀

이슬은 새벽마다 지붕 끝에 맺히고

산신은 그 한 점을 핥으며 사라진다


바람이 하루치 노래를 부르면

계곡물은 맴돌다 스러지고

이름 없는 나무들은 몸을 흔든다

산이 허리를 굽혔다 펴는 사이

기왓장 하나가 종소리처럼 떨린다


한낮의 지루함을 견딘 뒤 저녁이면

굴뚝 연기 따라 고양이 울고

뭇 사람들의 발자국이 마당을 스친다


이 집엔 흙 냄새가 스며 있고

세월은 문설주에 기대 잠이 든다


달빛이 기와 위를 더듬을 때

산은 숨을 낮추고

그 사이로 오래된 이야기가 흘러간다


다시 아침이 오면

웅크린 산이 천천히 몸을 세우고

용마루 끝 망와의 얼굴 위로

햇빛이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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