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돌담 아래

by 권씀

돌담 아래로 바람이 기어든다
낙엽 몇 장이 따라 들어와
잠시 쉬어간다

소나무는 오래된 비늘을 떨고
붉은 잎들은 제 속살을 드러낸다
이곳에선 모든 게 그렇게 제 빛을 벗는다

담 너머엔 이름 모를 냄새가 있고
그 냄새에 잠시 발걸음이 멈춘다

나는 그저 지나가며
잠시 머리 숙인다
낡은 돌에도
아직 따뜻한 햇살에도

돌담 아래 하루가 묻히고
그 위로 아주 느리게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달빛이 잠든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