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눈부시게 식어가는 것이 또 있을까
바람이 나뭇잎을 한 올씩 벗기고
빛은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조용히 흘러내린다
한때의 열기가 흙으로 돌아가고
남은 온도는 손끝에서 스민다
그 미열조차도 누군가의 이별처럼
짧고도 오래 남는다
지느러미 잃은 물고기처럼
하늘도 제 색을 내려놓는다
구름은 떠난 자의 이름을 잊고
새들은 저녁의 경계에 몸을 기댄다
모든 끝에는 저마다의 숨결이 있다
그 숨결이 사라질 때 비로소
세상은 완성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토록 눈부시게 식어가며
우리는 서서히 사라지는 법을 배운다
사라짐 속에서 비로소
세상은 조용히 다시 빛난다
그 일련의 과정은
아마도 종말을 향한 이토록 아름다운 여정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