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종말의 온도

by 권씀

이렇게 눈부시게 식어가는 것이 또 있을까


바람이 나뭇잎을 한 올씩 벗기고

빛은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조용히 흘러내린다


한때의 열기가 흙으로 돌아가고

남은 온도는 손끝에서 스민다

그 미열조차도 누군가의 이별처럼

짧고도 오래 남는다


지느러미 잃은 물고기처럼

하늘도 제 색을 내려놓는다

구름은 떠난 자의 이름을 잊고

새들은 저녁의 경계에 몸을 기댄다


모든 끝에는 저마다의 숨결이 있다

그 숨결이 사라질 때 비로소

세상은 완성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토록 눈부시게 식어가며

우리는 서서히 사라지는 법을 배운다

사라짐 속에서 비로소

세상은 조용히 다시 빛난다


그 일련의 과정은

아마도 종말을 향한 이토록 아름다운 여정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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