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돌 위에 남은 것

by 권씀

밤의 바닥을 잎들이

서로에게 기댄 채 묵묵히 채워간다

빛은 이미 식어 있고

겹겹의 결은 어둠 아래서

자신의 모양을 잃어가고 있다


돌의 선은 한숨처럼 누워

세상을 조용히 두 칸으로 나눈다

잎들은 그 경계에 닿지 않으려

적막한 온기로 서로를 붙들며

더 느린 그림자로 번져난다


어느 틈에

돌 위에 한 장의 잎이 홀로 내려앉아 있다

떼의 온기도 닿지 못한 자리

바람조차 방향을 잃은 밤의 구석

저 잎은 오래 묻어둔 숨결을

아무 말 없이 다시 찾아간다


함께일 때 사라졌던 작은 빛이

어둠의 틈에서 희미하게 되살아나고

겹쳐 있을 때 들리지 않던 마음이

홀로 선 자리에서 천천히 깨어난다


지금 저 잎은 떠난 것이 아니다

밤의 깊은 곳에서

스스로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는 중이다

돌의 차가운 숨이 그 여정을 품고

밤은 아주 미약한 떨림으로

또 하나의 존재를 조용히 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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