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사용설명서 없는 놀이기구

by 권씀

이곳의 말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빙글빙글은 충분한 삶이었으니까


왕관을 쓴 집은

늘 같은 높이에서

하늘을 흉내 낸다


오래 바라보면

믿음도 장식이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얼굴로


사람들은 떠났고

남은 건

안전바와 규칙뿐


잡지 않으면 떨어지지 않고

내리지 않으면 도착하지 않는다는

아주 착한 질서


색은 아직도 말이 많다

웃어도 된다고

여긴 추억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시간은

이 원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바퀴가 끝나도

아무 일도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이 장치는

아이를 태우지 않는다


아무도 타지 않는데도

계속 같은 음악을 틀고


같은 자리를

미래를 바라지 않는 과거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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