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이 진 길을 걸어본다
내 삶에 박힌 숱한 기억
정제되지 않은 말과 감정
무수히 스쳐온 이들
어느 무엇 하나 정돈 되지 않은 것들
얼룩이라는 말 외엔 어울리지 않다며
일종의 당위성을 제시하다
이윽고 나 역시 얼룩이었음을 깨닫는다
온통 얼룩이 진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한마리의 얼룩말이 되어
이 길에 섞여 걷고 있다
발걸음 하나 하나에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을 덜어내며
이 얼룩이 진 거리를 걷다 보면
조금은 옅어질 수도 있을까
허공에 뜬 구름 같은 바람을 되뇌며
오늘은 얼룩이 진 밤거리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