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얼룩

by 권씀

얼룩이 진 길을 걸어본다


내 삶에 박힌 숱한 기억

정제되지 않은 말과 감정

무수히 스쳐온 이들

어느 무엇 하나 정돈 되지 않은 것들


얼룩이라는 말 외엔 어울리지 않다며

일종의 당위성을 제시하다

이윽고 나 역시 얼룩이었음을 깨닫는다


온통 얼룩이 진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한마리의 얼룩말이 되어

이 길에 섞여 걷고 있다


발걸음 하나 하나에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을 덜어내며

이 얼룩이 진 거리를 걷다 보면

조금은 옅어질 수도 있을까


허공에 뜬 구름 같은 바람을 되뇌며

오늘은 얼룩이 진 밤거리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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