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여백 속에서 하늘이 먼저 비어 있다
아무것도 매달지 않은 가지들이
대답 대신 서 있다
잎을 잃은 자리는
비어 있어서가 아니라
더 멀리 닿기 위해 비워둔 것처럼
검은 선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계절을 연습한다
무언의 가지는
꺾이지 않는 법을 묻지 않고
버티는 법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하늘을 향해 열어둔 손처럼
아무 일도 요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다
오늘의 나도
저 나무와 닮은 자세로
말을 줄이고
조금 더 넓은 쪽을 향해
침묵을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