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유리병 속 파동

by 권씀

물이 먼저 자리를 정했고

고래는 그 다음에 도착했다


병이 좁다는 생각은 잠깐 스쳤다가

지느러미 끝에서 사라졌다


위로 한 번 몸이 솟았고

그때 바깥의 빛이 물속으로 접혔다


돌아오는 길은 항상 같은 곡선

크다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물은 나가려 하지 않았고

고래도 굳이 묻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움직임은 대체로

되돌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잠시 숨이 고르고 다시 원이 된다


병은 말이 없고

고래는 그 침묵을 크기만큼 소비한다


아직 다음 파동은 오지 않았고

원은 풀리지 않은 채 잠시 머문다


물은 먼저 흔들리지 않기로 정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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