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천천히 좋아하는 법

by 권씀

그저 생각의 가장자리에

작은 의자 하나를 놓는 일


앉아도 되고

지나쳐도 되는 자리


그 사람이 거기 있어도

내 하루가 무너지지 않는 정도의 거리


좋아한다는 말은

늘 몸을 앞질러 달리고

맥박이 그다음 자리에 앉아

마음은 뒤처진 채

가쁜 숨을 고르곤 한다


너무 쉽게 건네던 감정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배운 뒤로

마음은 늘 한 번 더 접힌다


불꽃처럼 다가가지 않음에도

넘어가지 않아도 될 선을 알고 있음에도

늘 망설이고 숨을 고르게 되는 그런 것


사람이 쓸고 간 사람은 잊어가는 중이 아니라

덜 다치기 위해 더 천천히 좋아하는 법을

알음알음 배워가는 중일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안부가 먼저 떠오르는 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누군가의 하루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순간들


사랑이라 부르기엔 거창하고

좋아한다 하기엔 초라해지는

그런 이름 없는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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