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고드름

by 권씀

몸이 녹아 뚝뚝

땅으로 흔적을 남기는 널 두고서

누군가는 그럴 테지


봄이 이제 가까워졌다고

지나간 겨울을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혹은 계절이 제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고


하지만 난 널 두고

중력에 굴복했다고 말하진 않을 거야

변하는 계절 앞에 몸을 맡겼을 뿐


버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알아본 것

어떤 것들보다 먼저

환경을 읽고 반응했을 뿐인 것

그게 네 방식이었을 거야


나는 네가 흘리는 아쉬움의 감정을 향해

한 번쯤은 망설이다 손을 내밀 거야

차가움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 채


하지만 억지로 붙잡기보다는

끝까지 매달려 있던 자리를

조용히 비워주는 쪽으로

흐름이 지나간 자리까지

함께 바라보는 쪽으로

우리는 각자의 순리에 몸을 맡기겠지


그러기에 나는 이런 소망을 빌어


다음 계절이 돌아오면

그땐 조금 덜 젖은 얼굴로

처마 끝에 남은 기억쯤으로

다시 매달려 있을 수 있기를


다음 계절이 돌아오면

그땐 조금 덜 젖은 얼굴로

무너지기 전의 형태로

너도 나도 그렇게 만나기를


이미지 도움 : ChatGP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천천히 좋아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