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울타리 위에 잠시 걸린 채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별들은 흩어진 약속처럼
하늘에 남아 말을 아낀다
수평선은 여러 번 겹쳐
하루와 하루를 가르고
기둥 하나가 그 사이에 서 있다
넘어가도 되는 곳과 머물러야 하는 곳
그 사이에서 나는 오래 서성였고
달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주 조금 더 얇아진다
나는 그 얇아짐을
결심이라 부르지 않고
빛이 스스로를 덜어내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남겨진 것은
건너지 않은 이유가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온기라 불러본다
울타리는 여전히 제 자리에 있고
별들도 제 말을 끝내지 않은 채
나는 오늘도 넘지 않음으로 밤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