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죽 한 그릇

by 권씀

내가 맺은 모든 것과의 관계에

몸과 마음이 지쳐

이에 걸리는 것은 삼키기가 힘들었다


발이 닿는 대로 다다른 조그만 죽집 유리창엔

바깥 날씨 탓에 하얀 김이 서려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털썩 앉아 멀건 죽 하나를 시켰다


이윽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이 나오고

차가운 수저통에 웅크리고 있던 숟가락을 꺼내

죽그릇에 담갔다


그래 이거라도 먹어야 하는 거겠지


떨리는 손으로 한 술 뜬 죽 한 숟갈

그 한 숟갈을 입에 머금으니

세상의 모든 서러움을 먹는 듯했다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갈 그런 죽인데도

가슴에 서러움이란 무거운 체기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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