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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22. 2018

고비라는 것이 그렇다

고비라는 것이 그렇다. 숨이 깔딱깔딱할 즈음이면 조금 숨 쉴틈을 줘서 겨우 살만한 것 같을 때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다.  참 모질기도 모질고 얄밉기도 하다. 살 궁리를 하는 것은 누구나가 마찬가지고 등에 지고 가슴팍에 안은 것이라 그 크기와 무게도 제각각이다. 당장에 내 짐이 무거운 건데 주변을 둘러볼라치면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버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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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이 고비라 여기고 자책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고비를 기회라 여기고 어떻게든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의 경우엔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며 가슴팍을 팍팍 두드리거나 꾹꾹 마음속에 눌러 담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엔 신께서 시험에 들게 한다는 말을 하며 종교적인 접근을 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엔 두 가지가 해당이 되는데 가슴팍을 두드리진 않고 꾹꾹 눌러 담다가 너무 답답하면 성당을 찾곤 한다. 예전에는 집 안에만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무념무상으로 걷기도 했는데 그 덕에 살이 빠진 것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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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라는 것이 신실하게 믿는 사람들에겐 그만큼 기댈 수 있는 여유를 주고, 단순한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단순한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다. 친족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내 주변의 지인들은 정말 순수하게 사역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 분들이 많기에 참 다행인 부분이다. 시쳇말로 사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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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조언을 듣고 나름의 다짐을 한 것이 있어서 그 분야로 조심스레 응시를 했는데 딱히 연락이 오질 않아 안 됐구나 싶어 그냥 신경 쓰지 않아야겠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또 사람 마음이 궁금한 것은 또 찾아보게 되는 것이라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를 들어가게 됐는데 명단이 올라와있었고 내 이름은 없었다. 내가 준비한 것들이 부족한 것이니 마음이 좀 그래도 결과는 당연히 받아들이는데, 아쉬운 점은 그래도 연락을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이다. 응시 결과에 대한 안내를 개개인으로 해줬다면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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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래 알고 지낸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친구와도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각각의 대화에서 주요 화두는 "인생사 새옹지마"였다. 그 후배도 오랜 시간 방황을 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서로 나눈 안부 속에 무거워지는 건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나쁜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도 있지 않겠냐며 서로를 위로해줬었다. 친구와 나눈 대화도 비슷한 맥락이었고 사람 살이라는 것이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매번 고비를 넘는 것이지만 그 과정 속에 또 경험이라는 것이 쌓이니 괜찮은 것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마음에 생긴 상처는 쉽게 나을 수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낫는 과정과 그 아문 모습이 보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까. 특히나 걱정을 사서 하는 나 같은 경우엔 아린 기억들을 좀처럼 떨쳐내기가 어렵다. 그래도 사서 걱정을 하는 버릇은 좀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나를 위해서도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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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고비인 걸까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과정인 걸까. 내일은 좀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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