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선생님과의 기억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님이 별세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약 9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시청에 근무하시는 주사님의 연락을 받고 연초 공연 진행 스텝으로 이틀간 일을 하게 되었었다. 진행자는 서편제로 유명한 오정해님이었고, 총괄 감독은 황병기 선생님이었는데, ‘미궁’으로만 알고 있었던지라 엄청난 분이신지는 몰랐었다.
친한 형들이랑 같이 스텝일을 하게 됐었는데, 사실 지인이 함께 공연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끼니는 각자 챙겨먹어야 하는게 일반적이다. 더더군다나 일회성의 공연이라면 더욱 그렇다. 악기 준비를 돕던 중에 머리 하얀 분이 다가오셔서 밥은 먹었는지 물어봐주셨는데 그분이 황병기 선생님이었다. 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계셔서 못 알아본 것도 있고 그저 높으신 분이시겠거니 했던 것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일개 스텝을 챙겨주셨던 황병기 선생님의 모습이 오늘 뉴스를 보고서야 다시 생각이 난다.
보름달이 가득 찬 오늘밤, 부디 먼 길 조심히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