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앙금이 가득 담긴 찐빵을 베어 물 때면 고슬고슬하게 익힌 팥이 입가로 흐른다. 찐빵이라는 것은 그 정체가 모호해서 호빵과도 같으면서 다른 존재다. 속에 머금고 있는 앙금의 농도 차이 때문일까. 같으면서도 다른 녀석들을 놓고 보면 호빵은 좀 더 포슬포슬하고 찐빵은 말 그대로 쪄낸 빵이라 빵이 다소 눅눅함에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다. 슈퍼마켓 바깥쪽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호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녀석들은 토끼처럼 옹기종기 모여 웅크리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재미있다. 좀 더 포동포동한 녀석들이 선택을 받는데, 그렇다고 팥앙금을 많이 머금은 녀석들이 인기가 좋냐 하면 그것도 아니올시다이다. 진득하게 삶아 앙금으로 재탄생시킨 팥은 어른들에겐 인기 만점이지만 아이들에겐 짜장도 아닌 그 검은 무언가에 가깝다. 물론 예외적으로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포슬포슬한 빵 부분을 야금야금 먹는 것이 호빵을 먹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겨울이 먼 계절에는 호빵 또는 찐빵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과일도 제철과일이 있는데 음식이라 해서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요즘에서야 겨울에도 냉면을 먹고(본디 냉면은 엉덩이는 뜨끈한 구들장에, 살얼음 낀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것이었지만) 여름에도 뜨끈한 설렁탕을 먹는 것이 일반화, 보편화되었다. 먹을 것이 말 그대로 널려있는 요즘 시대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결정 장애라는 말이 탄생된 것에는 음식의 다양화도 한몫했으리라. 그래서 비슷한 집들이 모여있는 OO거리들은 그 나름의 문화가 있다. 가령 곱창 골목은 곱창을 바가지로 퍼준다거나 떡볶이 골목에서는 반드시 튀김 만두가 들어가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다. 어쩌면 음식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기호에 따라 변하는 것을 유행이라 하는데 음식 골목 문화만큼은 유행을 비껴가는 걸 조금이나마 느낀다.
찐빵, 호빵을 파는 가게들이 골목 구석 구석에 보이는 저녁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찐빵, 호빵의 구분이 뭐가 중요할까. 맛만 있으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