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감에 짓눌려 꼼짝을 못 한다. 아이러니한 건 평일에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몸에 배여서 늘 같은 시간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는 것이다. 장마가 방문하는 여름철이면 홑이불을 몸에 휘감고 비가 소소하게 내리는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방문 너머로 시사 프로그램 패널들의 목소리가 낮게 들리고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찌개 냄새가 슬며시 방문을 두드리면 그제야 몸을 일으키곤 한다. 예전이라면 아침 8시에 하던 만화를 보려고 TV 앞에 자리를 잡았겠지만, 이제는 그 흥미도 없고 방영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신문을 읽은지도 꽤 된 것 같다. 신문을 펼쳐들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TV 프로그램 편성표와 짤막하게 실린 만평이었는데 이젠 그런 습관들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발전하는 것이 생기면 반대로 도태되거나 사장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활자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거나 책을 펼쳐봐야하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E-Book 또는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빠르니 말이다. 그만큼 가독성이 높은 글들이 소화에 빠르고 호응도가 높다. 그래서 소설이나 시보다는 짧은 글귀, 위로글, 사랑글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걸지도 모른다. 한동안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짧은 글귀, 위로글, 사랑글들을 써대곤 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던 것이 "결국엔 나도 유행에 편승하는 거구나."였다. 물론 유행이라는 것이 시간이 길어지면 사그라들거나 오래 지속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간혹 되돌아오기도 하고. 나만의 특색을 갖추고는 싶은데 그럴 능력이 떨어지니 다른 이들의 글을 답습한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표절까지는 아니지만 어디서 본 듯한 글을 내 글이라 생각하고 써내려 갔던 것이 지금은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경험이 훗날 글을 쓸 때에 하나의 경험으로 남는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습관이라는 것. 매일 일정한 시간에 씻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잠을 자는 것. 시간의 흐름 속에 나만의 일정한 리듬을 가지는 것이 그리 쉽진 않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은 내 공간에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일처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기에 꾸준함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꾸준히 쓴다. 그것이 일기든 시든 다른 형태의 글이든 무엇이라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