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호미를 들어다 땅을 팝니다
가뜩이나 추워진 날 탓에 잔뜩 얼어버린 땅은
제 살결에 파고들려는 호미를 가로막습니다
얼어버린 땅에게 할 말이 있냐면 이렇게나 말하겠죠
봄이나 되면 팔 것이제
뭣 헌다고 이러코롬 속을 후벼 파시오
잔뜩 뿔이 난 땅을 달래 억지로 호미를 들이댑니다
이쯤이 옆구리겠거니 싶은 데를 짚어 살살 긁어 간지럼을 태워
조금씩 조금씩 호미로 파냅니다
벼를 추려내고 남아있던 짚에 불을 붙였던 곳엔
검은 자욱이 남아있고
그 아래에 숨은 따스함이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습니다
장갑을 벗어 들고 맨손으로 토닥이며
잔뜩 그을린 땅의 오목한 상처에 초록빛 씨앗을 심습니다
재 넘어 시집 간 누이의 소식만큼이나 멀어져 버린 봄 오는 소식이지만
재 넘어 봄기운 가득 안은 누이가 즐거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오게 되면
두 눈 가득히 초록빛 인사부터 보라고 씨앗을 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