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호미를 들어다 땅을 팝니다

봄소식

by 권씀

호미를 들어다 땅을 팝니다


가뜩이나 추워진 날 탓에 잔뜩 얼어버린 땅은

제 살결에 파고들려는 호미를 가로막습니다


얼어버린 땅에게 할 말이 있냐면 이렇게나 말하겠죠


봄이나 되면 팔 것이제

뭣 헌다고 이러코롬 속을 후벼 파시오


잔뜩 뿔이 난 땅을 달래 억지로 호미를 들이댑니다

이쯤이 옆구리겠거니 싶은 데를 짚어 살살 긁어 간지럼을 태워

조금씩 조금씩 호미로 파냅니다


벼를 추려내고 남아있던 짚에 불을 붙였던 곳엔

검은 자욱이 남아있고

그 아래에 숨은 따스함이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습니다


장갑을 벗어 들고 맨손으로 토닥이며

잔뜩 그을린 땅의 오목한 상처에 초록빛 씨앗을 심습니다


재 넘어 시집 간 누이의 소식만큼이나 멀어져 버린 봄 오는 소식이지만

재 넘어 봄기운 가득 안은 누이가 즐거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오게 되면

두 눈 가득히 초록빛 인사부터 보라고 씨앗을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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