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그림자
어쩌면 삶의 길이만큼이나
길어져 버린 노인의 인생
종일 손수레를 끄는 노인의 입에는
단내가 아닌 쉰내가 풀풀 풍긴다
여름이면 한낮이 되기도 전
땀으로 적셔질 노인의 낡은 옷
그래도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이라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미세먼지다 황사다 뭐다 해서
온몸을 무장하고서 나서는 사람들
방진 마스크 하나 살 돈이면
손자 손녀 연필 한 자루라도 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묵묵히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의 입과 코에는
삶의 때가 누렇게 달라붙는다
파라라락
누군가에겐 쉽게 넘어가는 그 돈 몇 푼이
누군가에겐 더듬대며 세어도 금방 셈이 되는 몇 푼이 된다
누렇게 지는 석양은
노인의 어깨 위에 제 몸을 기대고
빈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의 머리 위로
눈부시게 환한 별빛이 내리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