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손수레 끄는 노인

by 권씀

긴 그림자

어쩌면 삶의 길이만큼이나

길어져 버린 노인의 인생


종일 손수레를 끄는 노인의 입에는

단내가 아닌 쉰내가 풀풀 풍긴다


여름이면 한낮이 되기도 전

땀으로 적셔질 노인의 낡은 옷


그래도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이라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미세먼지다 황사다 뭐다 해서

온몸을 무장하고서 나서는 사람들


방진 마스크 하나 살 돈이면

손자 손녀 연필 한 자루라도 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묵묵히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의 입과 코에는

삶의 때가 누렇게 달라붙는다


파라라락

누군가에겐 쉽게 넘어가는 그 돈 몇 푼이

누군가에겐 더듬대며 세어도 금방 셈이 되는 몇 푼이 된다


누렇게 지는 석양은

노인의 어깨 위에 제 몸을 기대고

빈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의 머리 위로

눈부시게 환한 별빛이 내리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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