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꿈틀

by 권씀

꿈틀.


뭉툭하게 솟아난 머리 위로 아무렇게나 내딛는 발걸음들이 부산히 움직인다. 어렴풋한 빛에 의지하여 이리저리 움직이는 몸뚱이를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픔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거지. 아무렴, 그런 거지. 들리지도 않을 혼잣말을 내뱉으며 온몸을 접었다 펴면서 움직인다. 적당히 젖은 흙 사이에 몸을 뉘었으면 좋겠는데 이놈의 흙은 매번 마르기만 해서 큰일이다. 간절히 바라는 비는 소식도 없고. 어제는 참 좋은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비가 쏟아질 듯이 쏟아 내린 덕에, 갈증으로 바짝바짝 타들어 가서 갈라져 버린 온몸을 적셔줘서 기지개를 마음껏 켤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이런 날이 흔치는 않기에 기다란 몸뚱이를 이끌고 다들 비 마중을 하는 게 아닐까.


또 꿈틀.


발걸음이 무섭다. 지친 하루에 무거워지는 건 기분뿐만이 아니라 발걸음도 해당되는 거라 아무렇게나 내딛는 그 발걸음에 차일까 봐 겁이 난다. 으스러진 몸뚱이에 빗방울이라도 뚝뚝 떨어지면 좋겠는데 간절한 바람은 언제나 비껴가기 마련이다. 눈이 어두워 길을 헤맬 때 누가 사뿐 들어서 풀숲에 뉘어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헛된 바람일 뿐. 으스러진 몸뚱이 위에 또 무심한 그래서 무서운 발걸음이 지나간다.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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