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한 곳을 집중해서 내린 뒤, 야트막한 웅덩이가 생긴다. 고인 물은 좀처럼 마르지 않아서 무심코 발을 내디딘 사람들이 흠칫 놀랄 때가 종종 아니 점점 잦아지게 마련이다. 물웅덩이를 밟은 발 주변으론 그리 멀리 튀지 않은 자국이 생기지만, 다른 발엔 꽤 진하게 흔적이 남아버린다. 자신에게 책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대개는 허허 웃음 지으며 툭툭 털어내지만, 가끔은 욕지거리를 내뱉는 이도 있다. 삶이라는 건 길을 걷다 웅덩이를 밟는 게 아닐까. 스스로 웅덩이를 밟는 이가 잘 없듯이 대개의 환경적인 웅덩이 밟기다. 그래서 조심스레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빗줄기가 그친 밤, 적막 가운데 여전히 도로는 뜨겁다. 장맛비가 요란스레 내리는 기억이 아련한 밤. 빗물에 패인 웅덩이가 그리 깊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