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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Aug 08. 2018

계절이라는 옷이 올해는 참 두툼하다.

계절이라는 옷이 올해는 참 두툼하다. 제 덩치를 불리려는 요량인지 비좁디 비좁은 공간에 뭔갈 다 욱여넣는 느낌이 드는 올해의 여름이다. 지난겨울은 미련을 버리지 못해 꽃 피기 좋은 4월에도 제 미련을 천지사방에 알리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그 덕에 올해 봄은 기억에 없다. 이쯤이면 봄이겠거니 싶었던 게 후루룩 지나가고 꽤 심각한 계절 몸살을 앓고 있다. 어수선한 시절을 잊으라는 듯이 여름은 제 존재감을 이토록이나 격렬히 드러내는데, 나는 여전히 모든 감각이 지난 시간에 머물러 있다.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기 싫어서 억지를 부리고 있는 모양새라 여름이 더 극성으로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여름은 제 옷을 딱 알맞게 입었고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머무른다. 한동안은 버텨낸다고 생각했던 삶이 그래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거센 바람이 부는 오늘, 예전에는 옅은 바람 한 자락에도 가슴을 쓸었던 적이 있다. 그 바람 사이에 볕은 따갑기만 했고 내 존재의 무게는 더없이 무거워 그림자조차 버거웠다. 그래도 사람들의 손길 하나 말 하나에 괜찮다는 눈짓과 몸짓을 할 수 있었고, 때론 만남으로 그 빈 곳을 메우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 11시간 정도의 이동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뭐하러 이렇게 가나 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저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그 길 자체가 설렘이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보단 사람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때, 어쩌면 사람 냄새라는 느낌이 오래간만에 들었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연락은 끊어졌지만 그래서 잊혔을지도 모를 사람이지만 그저 그 사람이 괜찮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름이 조금은 과하게 한창인 요즘, 바람이 짙어지는 오늘 밤. 당신의 밤이 아름다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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