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랑아범 절구 짊어지고 길 떠난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위에 아버지 때부터 살던
낮은 땅 위로 물이 들어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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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고 사는 땅 위로
콘크리트 발라놓은 장벽 하나 들어서니
터전은 더이상 숨을 쉴 수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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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면 좋노
이 말은 새로운 입버릇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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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아야제
이 말은 한숨처럼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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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모시던 용단지
주인댁네 품에 안고서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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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채에 기대 살던 행랑아범
제 짝을 찾지 못하고
주인댁네 절구 하나 등에 메고 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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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 잃은 절굿공이 하나
정지 앞에 외롭게 용단지 빈자리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