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쥐구멍

by 권씀

햇살 한줄기 기척하는 날이면
어쩐지 밀린 잠을 자게 되곤 했다


그 흔한 노크 소리 하나 없지만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햇살이
가끔은 야속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쥐구멍에도 볕이 들 날이 온다는데
나는 그래도 햇살을 만끽할 수 있으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맙기 이를 데 없는 햇살이었다


쥐구멍을 파던 쥐들은 도시의 섭리에 쫓겨나고
더이상 볕은 구석 구석 헤매지 않는다


뾰족한 빌딩숲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인간들은 그저
햇살 아래 청하던 잠은 내팽개치고
쥐가 떠난 쥐구멍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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