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봄 내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by 권씀

봄 내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갓 태어난 강아지의
말랑한 분홍빛 발바닥처럼
매년 찾아오는 봄은
언제나 설렘이라는 감정을 선사한다

노란 개나리 곳곳에
제 몸 흔들어 봄을 알릴 때
언 잠을 깨뜨려 졸린 눈 부비고 일어난
물가의 개구리 떼들은 그제야 긴 하품 한다

신록이 온 세상을 누비고
해가 높이 뜨는 것에 따라
만물들이 말갛게 익어갈 때
봄은 그 자취를 감춘다

꼬리라도 있으면 붙잡기라도 할 텐데
도마뱀 마냥 한 치의 미련일랑
없애고서 그렇게 종적을 감춘다

봄 내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잊힌 옛사랑 떠올릴 때
남이 되어버린 님이 자꾸만 생각나는데

여름은 무더워서
가을은 스산해서
겨울은 아득해서

비로소 봄이 되어야만
님이 그리워지고야 만다

아프지만 그래도 기억할 수 있는 계절이라
봄 내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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