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멎질 않아 새로운 약을 구입하러 약국에 들렀다.
초로에 접어든 약사는 빙그레 웃으며 어떤 약을 찾느냐 물었다. 기침이 심해 목이 따갑다하니 재빠른 손놀림으로 약을 꺼낸다. 이윽고 식후 두알 복용하고 청상기가환 한포를 먹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쌍화탕 한병을 손에 쥐여준다.
값을 치르기 위해 물어보니 7,000원이라는 답변과 함께 예의 웃음을 빙그레 내어보인다.
다소 높은 가격에 값을 치루려하다 지난날 입 안이 헐어 찾았던 - 애타게 찾던 알보칠이 아닌 오라메디를 내어준 - 약국임을 생각하고서 "쌍화탕은 괜찮습니다." 하니 아쉬운 손짓으로 슬며시 병을 거두어간다. 그리고 내어준 4,000원의 거스름돈, 그걸 묵묵히 받아들고 약국 문을 나섰다.
점점 심해지는 기침을 잠재우려 뜯어본 청상기가환은 환이라는 명칭답게 염소똥의 모양으로 내 손위로 놓여졌다. 한약 특유의 내음이라도 나면 그 향에 속아 좀 낫구나라고 생각이 들테지만 어쩐지 한약 냄새는 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약사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