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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Oct 28. 2017

찌푸린 하늘

내딛는 발걸음에 비가 스며드는 일은 어쩐지 서글프다.


오늘은 하늘이 울상을 짓는다. 종종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몸을 숨기는 이들은 필경 우산이 없는 이들일 테지. 오래간만에 나들이를 나온 이들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선 비를 피할만한 곳을 둘러본다. 팬시점이나 편의점 알바생들은 짜인 매뉴얼 따라 우산을 모아둔 파란 플라스틱 통을 밖에다 내놓는다. 조바심이 나는 사람들은 싸구려 비닐우산을 들고서 다시 거리를 거닌다.  


우산을 잊고서 거리를 나선 후 찌푸린 하늘을 마주하는 일은 두렵기 짝이 없다. 잠깐 내리는 비에 젖어드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컨버스라던지 젖기 쉬운 신발을 신고 나온 이들에게 찌푸린 날씨는 끔찍하다. 비가 언제 와르르 쏟아질지 가늠도 되지 않을뿐더러 비가 내리면 몸만 아니라 마음도 젖어든다. 투둑 툭 떨어지는 빗방울에 몸을 내던지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시선이 가득한 도시에선 말이다. 한적한 곳이라 해서 젖어드는 건 별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타인의 시선에 조금이나마 자유롭지 않을까.


바닥에서 튕겨진 빗방울은 신발을 향해 달려든다. 푸욱- 찌익-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물컹한 것도 그렇다고 포근한 것도 아닌 서글픈 물기에 발이 젖는다. 지상으로 떨어진 우울함은 이내 내 발걸음에 기대 거리를 거닌다.


오늘은 우울로 물든 거리를 활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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