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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Dec 06. 2017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1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시켰던 커피가 나오고 나서야 그녀는 말을 건넸다. "많이 힘들었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떼면 와르르 쏟아지는 게 미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일 것 같아서. '별일 없없지.'라는 말보다 그저 많이 힘들었지라는 그 말이 와닿았던 까닭은 참 많았다. 그 까닭의 덩치가 많이 컸던 탓도 있었으므로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꼭 연락을 해야할 것 같았다고. 그러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간당간당했다는 것을. 유리 그릇보다 더 금이 가있는 모습 같아서. 검은 물 속에 턱만 간신히 내놓은 게 내 모습 같아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았다는 그녀의 말에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지인에게서 흘려들은 올해 내 띠가 삼재라는 그 말의 무거움보다 더 묵직했다. 그래서 고개를 가로젓기 보다 그저 묵묵히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죽음에 대해 종종 생각을 하지만 근래들어 부쩍 하게 된 이유는 관계의 이어짐과 끊어짐,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나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내 잣대를 타인에게 들이밀면서도 정작 내 자신에 대한 기준점은 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서 오는 괴리감은 엄청났다. 그리고 타인의 말을 많이 듣는 일이 잦다보니 그에 대해 적정선을 지키지 못함도 있었다. 밖을 억지로 나다니다가도 차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서웠고, 조금만 높은 곳에 오르면 뛰어내려볼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게 참 무서웠다. 잘 갈린 칼을 들어다 손목에 대어볼까 싶다가도 떠날 나보다 남아있을 이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그마저도 그만 두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그런 내 모습이나 마음이 전해졌으리라. 이렇게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그런 결심이 서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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