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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Sep 08. 2017

바야흐로 아름답지만 슬픈

글쟁이들의 시대다

100 ºC 의 팔팔 끓는 물은 컵라면을 먹을 때나 국을 빨리 끓일 때 용이하다. 70~80 ºC 의 물은 커피, 차를 내릴 때 뭉글하고 진득하게 맛과 풍미를 내게끔 한다. 저온 요리를 할 때는 자주 물을 부어주며 온도를 맞춰야 하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기란 오랜 경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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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도 온도가 있을까. 나는 몇 ºC 의 온도를 가진 글을 쓰고 있을까. 상대에게 손을 내밀듯이 나는 내 생각을 시어로 정리해서 줄곧 건네 왔다. 36.5 ºC 의 온도를 표방하고 있었으나 때론 그 온도가 식기도, 끓어오르기도 했지. 그간 쉬는 일도 잦았지만 나름 꾸준하게 하루에 많게는 대여섯 개, 적게는 서너 개의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 '작가'라고 지칭하기에는 어딘가 좀 멋쩍었다. 많은 분이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러주긴 했지만 그만큼 양질의 글을 쓴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내게는 무척이나 부끄럽고 어색한 호칭이니까. 내가 글과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기에 '작가'라는 호칭은 가까이하기엔 머나먼 당신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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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현상인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글에 대한 존중을 해주는 일은 분명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나 작가가 되어선 안된다. 그만큼 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걸까. 남들을 뒤쫓아 가는 일종의 유행가 같은 글이 범람해서는 안 된다. 본인이 쓰는 글에 개성이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바야흐로 아름답지만 슬픈 글쟁이들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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