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낡은 선풍기

by 권씀

낡은 선풍기는 따따따따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회전을 누르지 않아도 따따따따
회전을 눌러도 따따따따
버튼은 구색 맞춰 있는 것마냥 도무지 쓸모가 없다
⠀⠀⠀⠀⠀⠀⠀⠀⠀⠀⠀⠀
그래도 세상에 나올 적엔 시원한 바람 불어준다고
기특하다 고맙다 소릴 줄곧 들어왔건만
세월의 흔적을 온몸에 새긴 낡은 선풍기는
이제 바람에 몸이 삭고 삭아 슬픔을 머금고 있다
⠀⠀⠀⠀⠀⠀⠀⠀⠀⠀⠀⠀
세상은 바뀌고 바껴 뒷전으로 밀러난 신세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노라 온몸으로 외친다
⠀⠀⠀⠀⠀⠀⠀⠀⠀⠀⠀⠀
이맘때면 힘차게 돌아갔었지
그 기억을 안은 낡은 선풍기는
황혼의 노을을 등에 지고 오늘도 돌아간다
⠀⠀⠀⠀⠀⠀⠀⠀⠀⠀⠀⠀
따따따따
따따따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