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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ul 25. 2019

장마

오늘 하루가 한 주의 끝에 다다랐으면 하는 날이다. 날은 습하고 습해 온몸을 내리깔아 뭉개고, 담배 연기마저 공기가 무거워 바닥으로 내리깔리는 그런 날이다. 장마라는 기간은 "어쩔 수 없음"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못을 박아두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럴 때는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게 볕에 바짝 말린 날씨다. 진득하게 땀이 밴 옷에는 쿰쿰한 냄새 또한 따라와서 신경 쓸 사람 하나 없어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킁킁거려본다. 양말을 벗어들고 맨발로 조심스레 내딛어보는 땅바닥은 습기를 잔뜩 빨아들여 한발 두발 내디딜 때마다 쩍쩍(혹은 찍찍일지도 모르겠다.) 소리가 귓바퀴를 두드린다. 공허한 눈을 하고서 하늘을 바라다본다. 비가 오려나. 해가 뜨려나. 꽃잎점을 치는 것처럼 확실한 정답과 나 자신의 확신이 없는 룰렛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습도는 넘쳐흘러 꾹꾹 누르면 물기가 배어 나오지만 되려 갈증은 더해진다. 무척이나 지독한 장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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