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빈집

달팽이

by 권씀

나는 빈집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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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것도
비울 것도
그 아무것도 없는
빈집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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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덩이가 삭아
빈 껍데기만 남은
달팽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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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버린 빈집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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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팽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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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덩어리를
바닥에 딱 붙이고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그런 달팽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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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죽을 땅에서 떼어내려 해도
결국엔 붙어있을 수 밖에 없는
중력에 굴복해야 하는
그런 달팽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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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덩어리가 삭아
빈껍데기만 남아야
비로소 삶과 떨어질 수 있는
그런 달팽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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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다 삭는 그날에
그대 내 빈집에 들어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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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대 쉬다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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