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는 게 힘들어요

by 권씀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저녁 지나 집으로 향한 후 거실을 가로질러 바로 누워버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대화를 하는 일이 버거워졌다. 가장 가깝다는 가족들 특히, 엄마와의 대화도 어느 순간 삶에 한 움큼의 무게를 보태는 것이 되어버렸다. 새벽에 보는 초승달과 저녁에 보는 초승달의 온도가 다른만큼 가족과의 대화에도 각기 느끼는 온도가 묘하게 달라졌다. 그 묘한 온도가 시작된 지점은 언제였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이를 어느 정도 먹었다 생각하고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그즈음인 것 같다.


"대화가 필요해."


흘러간 옛 기억에 떠오르는 노래 제목. 이 노래 제목을 딴 코미디 프로그램도 있었던 것 같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으니 이게 참 뭣하다. 살을 부대끼며 사는 가족 사이에 하루 일과를 살갑게 이야기하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사는 일에 치이다 보니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괜한 말 한마디에 날을 세우고야 만다. 나는 그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싶진 않지만, 내 감정은 내뱉어 버리고파서 가족에게 쏟아내고야 마니 참 못할 짓이다.


엄마, 사는 게 힘들어요.


이 말을 툭 내뱉기엔 엄마가 가진 삶의 무게도 적잖이 무거운 것을 알아서 결국엔 삼키고야 만다. 평생 살 집을 알아보는 엄마의 발걸음이 무겁다는 걸 알면서도 그 발을 주물러 줄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내 걱정이 엄마의 부르튼 발보다 클까. 그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가진 걱정을 이리저리 주무르며 결국엔 속시원히 던지지 못하고 있다. 건강 검진을 마친 후 폐에 이상이 있다는 말에 온 신경을 쏟으며 CT 촬영을 한 날, 자식 걱정에 같이 길을 나선 엄마의 표정은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과는 달리 늘 걱정을 끼치는 자식이라 그 상기된 표정을 짓게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안 좋은 상태였으면 진작에 병원에서 연락왔겠지. 라면서도 혹시나 모를 걱정을 안고 집으로 향했던 그 길엔 왜그리 낙엽이 흩어져 있었을까. 괜한 기침 하나에 온 신경을 쏟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엄마의 등이 무척이나 작아보였던 그 날. 걱정 없는 삶은 언제쯤 내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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