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by 권씀

글을 지어먹고사는 건 퍽 외로운 일이다. 단박에 써 내려갈 때도 있지만 아닐 때가 더 많다. 계절은 여러 개의 모습을 하고서 찾아오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 오는 계절은 항상 시리다. 딸깍 고개를 넘는 것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 속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 흔한 모습이다. 보릿고개 넘던 시절은 옛말이 되었지만 글을 쓰는 이들에겐 여전히 넘어야 하는 고개다. 매년 신춘 문예철이 돌아오면 어디서 받아줄지 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그들이 원하는 글을 짜내자면 또 살을 깎아야 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덜컥거리는 모양새여도 통과가 된다면야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자그맣게나마 밥벌이를 하는 거니까. 담배를 입에 물고서 글을 쓰는 이의 모습은 퍽 고단하다. 어쩌면 타들어가는 담배가 그의 다른 모습일런지도 모르지. 밥을 지을 때 쌀을 여러 번 씻어 밥솥에 안치는 것처럼 글을 짓는 것이 단순하다면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물의 양과 쌀 불린 시간에 따라 진밥이 될 수도 있고 된밥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모로 가도 밥은 밥이다. 밥은 욱여넣어 씹어 삼킬 수가 있지만, 글은 그렇지가 않다. 어떻게든 짜내어 글을 써놓아도 많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거나 소화시키기 어려운 글이라면 꽁꽁 싸매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게 중에 써먹기 좋은 구절이 있으면 재활용이 가능하겠지만 대개의 경우엔 구석에 처박히곤 한다. 희끄무레죽죽한 하늘을 바라보다 아차 이러다 눈 맞겠다 싶어 서둘러 방 안으로 피해도 머리 위로 희끄무레죽죽한 공기는 그대로다. 아득한 과거를 회상할 때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파스텔톤의 기억으로 포장되곤 한다. 포장도 채 되지 않은 길 위로 날리는 모래 먼지를 뒤집어쓰고서도 웃음이 배시시 나왔던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 현재의 삶보다 웃음만큼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글을 지어본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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