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좌우지간에 글을 쓰는 놀이터가 필요하다. 예전같으면 제법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경치 좋은 정자라 한다면 요샌 인스타그램이 아닐까. 사실 요새라고 하기에도 뭣한 것이 꽤 오랜 시간동안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왔다. 사진에 글을 입히기도 하고 문장을 한눈에 들어오게끔 만들기도 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글을 써왔는데, 문제는 결국에 사람이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도 있지만 사람이 사람과 유대하며 사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좋은 일이 있다가도 개개의 성격에 의해 두말없이 등을 돌리기도 한다. 글을 글로 보기엔 그 사람의 성격이 궁금하고 괜히 말을 한번 걸어보고 싶기도 한지라 오가는 인연을 쉽게 막을 수 없음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글을 쓰는 업을 주로 두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지루해진 탓도 없잖아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람의 문제가 컸다. 내겐 우공이 치워야했던 높은 산만큼의 문제였다. 개인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할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풍문으로 귀에 들려온 이야기가 참 씁쓸했던 탓이다. 본인이 가진 나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말을 하던지 아니면 말을 말던지 하면 될 것을 굳이 사람들이 보는 공간에 저격을 해놨으니 자다가 뺨 맞은 기분이 들었다. 오는 인연 막진 않아도 그리 가까이 두진 말자는 생각을 가진 계기가 여럿 있어왔기에 별일 아니다 싶다가도 쓰라린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별별 사람 다 있다지만 별별 일을 겪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니.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SNS는 단편적인 시선으로 가둬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단순히 나 오늘 뭐 했어요. 나 오늘 이런 거 먹었어요. 등으로 근황을 알리기도 하지만 소통이라는 그럴듯한 단어 속에 내 잣대로 타인을 바라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나도 모르게 감정 노동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글쟁이가 글을 쓰는 일이 팍팍해져서는 아니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