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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에 대하여

by 권씀

딱 절반이야. 새해 다짐은 어디에도 간 곳 없고, 반토막 난 시간만 흘러버렸고 딱 그만큼 길이의 시간이 남았네. 역시나 새해 소망이라는 것은 소망에만 그치지. 아무렴. 어찌 보면 이상형 같기도 해. 손에 쥘 수 없는 저 어딘가에 있는 것을 그렇게 갈망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참 얄궂게도 흘러가는 시간을 사람들은 원망하고 있지. 감성 놀음이랍시고 잘 되는 꼴을 못 봤어. 거참 사람들이 말이야.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일인데도 그렇지가 않더라고. 나처럼 딱 의자 하나 갖다 놓고 지켜보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이 참 인내심도 없지. 아무렴.

물이 반절 남은 컵 이야기 들어봤지? 그래. 당신이 지금 말하려고 하는 그거. 물 반절이나 남았든 반절밖에 안 남았든 간에 결국 사실을 반절의 물이라는 거야. 거기에다 의미부여를 왜 하느냐 이 말이야. 그래. 마음가짐에 대한 거란 건 잘 알아. 그렇게 누누이 주입식 교육을 해댔으니 기억 안 하고 배기나.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을 둘로 나눠서 반절이나 남았다고 하는 사람은 치켜세워주는 반면에 물이 반절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내리 깎는다 이 말이지. 그게 무슨 소용이야? 사실만 전달하라는 거지. 사실만. 쓸데없는 의미부여는 저 분리수거하는 쪽에 내다 버리 던 지 하고.

아, 그래. 절반이야. 절반. 엎어진 건 어쩔 수 없는 거 잘 알 테고, 나머지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고 아니면 꼭 해야겠다 싶은 걸 해봐. 올해의 절반은 당신 손에 있어. 어떤 선택이든지 당신의 몫이고 난 그저 바라볼 거고. 못했다, 잘했다를 말하지 않을 거야. 내가 당신이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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