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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북>

by 권씀

대학 시절 민속학과 소모임 [마당]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풍물을 치면서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분들과 연을 맺게 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순수하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같은 학과, 같은 소모임이었던 걸 떠나 끈끈한 정이 있었던 덕분 아닐까. 마당방은 사랑방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끔 항상 열려 있었는데 학기 중은 물론이고 계절 학기나 방학 즈음에 시간이 빌 때면 늘 마당방에서 쉬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가끔 취객이 들러서 저지레를 하고 가긴 했지만..소모임방이라는 명칭대신 늘 입에 붙은 말은 마당방이었다. 마당방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술마시고. 99%는 물론 술이었지만.

새내기 때는 외국인 유학생도 있었고 그 후엔 타 단대, 타과 학생들도 종종 마당 활동을 했다. 그리고 다른 과와의 교류도 제법 있는 편이었고. 나 역시 후에 복수전공으로 민속학을 공부하긴 했지만 2학년부터 동양철학과 소속이었기에 좀 애매한 상황이었음에도 마당에 들어서 즐거이 활동을 했다. 잠깐이나마 총무도 했었는데 동양철학과 학생회 활동과 겹쳐서 내 딴에는 할 거리가 많다 생각해서 조금 버거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밌었다 싶다.

마당방의 기억은 참 많지만 그 중 이 그림이 가장 또렷하다. 다른 좋은 악기들도 있지만 북의 힘이 너무나도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마당방에 걸린 그림에 대해 말해주는 분이 없어서 누가 그렸을까 생각만 하다가 졸업 후 한참이 지난 뒤 이 그림을 그린 분을 알게 됐었다. 그리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엄청 설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로 원작 <북>을 그린 화가 오윤의 작품을 많이 찾아봤고 민중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림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은 참 강하게 느껴졌다. 이중섭의 소를 봤을 때의 첫인상과는 조금 다르지만. 오윤의 다른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이 그림이 가장 와닿는 건 아무래도 대학 시절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언젠간 꼭 나도 그려봐야겠다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이 그림을 어설프게나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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