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오누이의 동아줄

by 권씀

오랜 시간이 지나 삭아버린 동아줄에
두 손을 마주 잡고 해와 달을 바라보던
어린 오누이의 꿈은
초겨울의 낙엽처럼 바스러졌다

찬란한 해가 떠서 날은 밝았으나
삭아버린 동아줄에
두 눈과 두 귀는 어두워져
열린 것은 두 입술뿐이라
그저 내뱉을 건 한숨뿐

끝없는 달음박질에
제 발톱 닳는 줄도 모르던
범의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는 귓가에 닿아있고

핏빛처럼 빨간 수수들은
제 몸 깎아내는 거친 바람결에
울음소리를 토해내었다

행여 숨소리를 들킬세라
앙다문 입술 사이로 빠져나오는 건
어쩌면 미처 삭히지 못한 그리움 이리라
오누이의 마음은 이미 땅 속 깊이 박혀
빠져나올 틈 하나 없어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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