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선인장을 끌어안고 소녀는 하루를 버텼다

by 권씀

낮은 바람이 부는 시간이다

푸르스름한 공기는 온몸을 휘감고
요란스러웠던 하루는 목소리를 낮춘다

소녀는 사는 게 마치 선인장을 안고 사는 것 같다며
선인장의 매서운 가시가 가슴을 파고들어도
차마 떼어낼 용기가 없다고 한숨 쉬듯 말하였다

눈물 그렁한 채로 있던 소녀의 눈가엔
어느새 하얗게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남았고
밀려오는 걱정으로 꾸욱 닫혀있던 입가엔
희미한 주름이 잡혀 그 흔적이 아련해졌다

달빛은 슬그머니 소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아
숨어 울어 한참을 들썩이던 소녀의 어깨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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