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복숭아는 아직 제철입니다

by 권씀

마른날엔 볕을 쬐고 진 날엔 비를 맞으며 온몸 가득 여름을 풍만하게 담은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어봐요. 잔뜩 물이 오른 녀석은 금세 입안 가득 넘실거리며 여름을 알려주죠. 하지만 제철 과일이 으레 그렇듯 잠깐 눈을 돌리면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잔뜩 힘을 주고 있던 걸 풀어버립니다. 그게 어쩌면 제철 과일의 특징이 아닐까요. 때를 놓치지 않게 먹어야 하는 것 말이에요.

사랑도 때가 있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랑을 눈치채고 품에 꼭 안으면 상대방과 나에게 주어진 사랑의 시간이 맞겠지만, 그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면 결국 지나가는 사랑, 외사랑이 되어버리고 말죠. 옛사랑, 외사랑도 우리에게 존재하는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 하나지만 온전한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서글퍼요. 상대방이든 나든 결국엔 가슴에 그 사람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고, 끝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 할 때가 많으니까요.

장마 기간에 튼튼히 제 몸을 지킨 복숭아를 베어 물어봅니다. 아직 물컹해지지 않고 꽤나 단단한 녀석이네요. 아직은 그래도 복숭아를 한껏 맛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내가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사랑이 다가온다면 좋겠지만, 내가 혹여 눈치를 채지 못한다면 알려줬으면 해요. 아직 제철인 복숭아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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