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시간이 지속될 때면, 화창한 날 햇살에 잘 구워진 구름이 내 마음 같기를 바라기도 해. 무척이나 바쁜 시기에는 눈을 감고 그저 일주일 정도만 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내뱉곤 하지만, 막상 기나긴 휴식이 주어질 때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강박증, 불안함이 어깨 위로 내려 앉아 내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모양새가 되곤 해. 불안한 마음에 괜히 지나간 인연을 들추어 무심한 듯 연락도 해보고, 낮 시간이 되어선 바깥 구경을 한답시고 집 근처 공원을 배회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물려서 마치 편식을 하는 어린 애처럼 멀찌감치 밀어두기도 했던 과거의 시간이 떠올라 그마저도 멈칫해버려. 여름의 더운 입김이 몸을 휘감으면 갈증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 얼음 한가득 담긴 유리잔에 커피를 담아 홀짝거리는 시간이 즐겁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초적 갈증에 또 뭔가 해소할만한 것을 찾곤 하지. 몽롱한 오후 시간 즈음이면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다 또 무언가에 쫓겨 화들짝 잠에서 깨버려. 삼세번의 복날 중 마지막 복날이 남은 때, 바깥은 예년과 다른 풍경의 여름이야.
바다의 표정을 찾겠노라 훌쩍 여행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런 곳. 도착하면 마음 한쪽에서 뭔가 모를 감정이 올라오겠지. 그걸 그냥 외로움이라고 하기엔 뭔가 복잡해. 외로움이란 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거니까. 어떤 영화에서 본 대사를 생각해. 서해 바다와 동해바다의 차이를 아느냐고. 그 대사를 곱씹어보다 이내 고개를 저어. 글쎄, 눈 앞에 놓인 바다는 그저 막연히 넓어서 딱히 위치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거든. 진한 파랑이 가득한 바다를 보고 싶다면 동해로 떠나면 되고, 조개를 줍고 싶다면 서해로 떠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막연한 구분을 지어버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지. 그냥 그렇게 보냈다고.
욕망에 대해 문득 생각해 봐. 물욕, 출세욕, 성욕, 명예욕. 욕망을 버리고 산다는 건 알마나 내려놔야 하는 걸까. 탐하고 욕구하는 게 본능이라면 그 본능을 제어하는 것도 하나의 욕망이 아닐까. 어디론가 떠나고픈 바람도 하나의 욕망일테고, 사람을 만나고픈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일테고. 자연스럽다는 건 그만큼 내가 바라는 것에 거리낌없다는 거겠지. 가을은 이렇게나 멀리 있는 듯하다가 어느새 고개를 들면 눈에 가득히 쏟아져내리겠지. 여름이 막바지라는 걸 느끼기엔 아직은 멀었지만, 미리 떠나보낼 연습을 해보고 싶어. 올해 무척 습하게 머물렀기에 다음번 볼 땐 우리 좀더 나은 모습으로 보자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