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렇게 제자리에 또 머무릅니다

by 권씀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렇게 제자리에 또 머무릅니다

⠀⠀⠀⠀⠀⠀⠀⠀⠀⠀

늦가을 녘에 얼어가는 강 위로 떨어지는 메마른 나뭇잎은

제 몸 주변으로 얕은 파동을 일으키며

바람따라 물결따라 또 그렇게 몸을 맡깁니다

⠀⠀⠀⠀⠀⠀⠀⠀⠀⠀

제자리에 머무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게 마련이라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강바닥의 돌멩이는

어쩌면 이끼를 몸에 두르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흐르는 물은 한결같으면서도 머무름이 없기에

오히려 그 물에 몸을 맡기는 편이 수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이끼에 제 모난 마음을 가리진 않으니까요

⠀⠀⠀⠀⠀⠀⠀⠀⠀⠀

오늘도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오래 갈지도 모르겠네요

⠀⠀⠀⠀⠀⠀⠀⠀⠀⠀

차마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렇게 또 그렇게 제자리에 머무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쫑순이가 새끼를 낳았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