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로 펜을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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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하얀 설원 위로
까만 펜 자국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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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글을 서걱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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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힘을 주어 글을 써 내려가다
막힌다 싶으면 그림을 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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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동물을 그리기도 하고
못한 말들을 쓰기도 하고
그렇게 그리고 쓰다 보면
어느샌가 그림이 되어있고 글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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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지 않고 덜 얼어붙은 비가 내리고
한껏 내리는 눈을 떠올리는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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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루고픈 것들과
지금 부재중인 것들을
그리고 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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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시를 쓰는 사람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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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부재한 것들을
나의 것처럼 서걱이는 밤
그 누군가는 나일 수도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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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서걱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