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밤길을 서성이며

by 권씀

내 언어는 몹시 메말라
어둔 밤을 헤매고 있습니다

힘껏 동여매어놓은 비닐봉지를 건드려보아도
바스락 소리만 날 뿐
도통 굶주림을 해결할 거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겨울은 어찌나 슬프게도 시린지요
짧게 이는 바람에도 마음은 쉬이 얼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질 것만 같습니다

내 언어는 제 덩치를 불리지도 못하고
오늘도 긴 겨울밤을 헤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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