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다가 그리운 날이 있었어
하릴없이 방 한구석에서
알림 하나 오질 않는 휴대폰을 부여잡고서
부질없이 지나간 날을 톺아보던 차였지
바다나 보러 가 볼까.
넉넉히 잡아 20분 정도 걸리겠네.
아무런 대답 없을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다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를 하나둘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니
꽤나 시린 계절이 저만치 웅크리고 있더라
바다가 가까운 곳임에도 생각보다 바다를 보는 일은
꽤나 큰 다짐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었어
귀찮음이 먼저 몸을 끌어당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바다는 여전히 파도가 드셌고
사람들은 많이도 서성이고 있더라
그들도 문득 바다가 그리워서 온 걸까
아니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온 걸까
겨울 바다는 제 품도 그리 넉넉하지가 않아서
온종일 밀어내고 쓸어 담기를 반복하더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다의 깊은 속은 아무도 모를 테지
고요하다도 먹먹하고 먹먹하다가도 뭉클하고 뭉클하다가도 다시 고요해지는 마음
문득 바다가 그리워진 그런 날
되려 내 모습을 보고 온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