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까치밥을 남겨둔다

by 권씀

까치밥을 남겨둔다


꼭대기에 팔이 다다르지 않아서가 아니다

먹을 것 없어 이거라도 남겨둬야 녀석들 먹지 하는 것도 아니다


손 닿으면 지척일 거리지만

괜히 마음이 가지 않아 까치밥을 남겨둔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건 까치였나 제비였나

놀부의 심정으로 쬐깐한 무언가라도 바라진 않지

흥부의 심정으로 그냥 굶주릴 것들이 걱정될 뿐이지


지푸라기 엮어 이엉을 잇던 시절은 다 가고

박이 주렁주렁 열릴 곳도 사라지고

그나마 왕래하던 것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발걸음도 절레절레


까치든 제비든 지낼 곳은 있는 건지 먹을 건 있는 건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녀석들 잠시 동안만이라도 머물다 가라고


알량한 까치밥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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