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쁘게 듣지 마.”
A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기분 나쁘게 듣지 마.”라고
먼저 내뱉은 뒤에 본인이 하고픈 말을 하곤 했다
모종의 가림막인 셈인데
A는 그렇게 본인이 욕을 덜 먹고
얼마든지 상대방을 가르쳐들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을 쓴 것이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그 알량한 방패를 앞에 두르고
A는 적정선의 관계를 지킨다고 생각했고
그 적정선의 파편을 맞은 이들은
점점 A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A는 아마 모를 것이다
그 알량함이 본인을 지키는 게 아니라
타인의 숨통을 옭아맨다는 것을
혹시 모르겠다
알면서도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