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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08. 2018

종종 듣는 말

쉬운 글

글 혹은 시라는 것을 쓰면서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에이, 별 것 아니네."

"쉽네."

"사랑 많이 해봤나 보네."

"이런 것도 시야?"

(이 말들은 여전히 종종 듣고 있는 말이다.)


사실 내 글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려운 편은 아니다. 우선은 내가 이해가 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쉽게 풀어쓰려고 하고, 가끔은 뜻을 숨겨서 비장하게 쓰기도 했지만 대체로 쉽게 쓴 글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간혹 내가 쓴 글에 수정을 해서 나에게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렇게 써보는 것은 어때요?"라고 말씀하시며 다르게 쓴 것들을 보여주시는데 그럴 땐 나름 의미 있게 대화를 하곤 한다. 다른 시선을 가지고 쓰는 건 나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니까. 


작년에 공모전을 통해 '시'라는 분야에 말 그대로 몸을 던져서 운 좋게 등단을 했지만 사실 나는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쓸 뿐인 거지. 일상의 것들에 빗대어 의미를 넣기도 하고 그냥 보이는 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이나 작가라는 호칭은 나에게 아직은 무거운 호칭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에는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깊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위의 말들이 비꼬아서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비꼬아서 듣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허허 웃다가도 돌아서면 서글프기도 하다. 종종 질문이 들어오는 게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한 것인데 그것에는 나름 친절히 대답을 하지만, 조금 속상한 말을 듣게 되면 "아, 그래요."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기도 한다. 포커페이스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한동안 글 쓰는 것에 꽂혀서 길을 지나가다 무언가 떠오르면 바로 글로 옮기고, 그에 맞는 사진을 찾거나 찍기도 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했다. 공상을 하는 것이 버릇이 되다 보니 흘러가는 생각들은 많았고 때론 어휘력이 부족해 미처 글로 옮기지 못한 것들도 많은 편이다. 하기사 그것들을 다 옮겼다면 분량은 꽤 됐을 것이다. 글을 써야겠다 다짐을 하고서 2014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써온 글들의 양은 (편수로 따지자면) 대략 3,400편가량 된다. 요즘은 따로 보관을 해둔 글들을 끄집어내어 오탈자 수정을 하고 내용을 고쳐서 다시 올리는 편이라 전체 양의 변동은 없다. 생각을 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됐고 쓰다 보니 이만큼의 양이 된 것이다.


예전 부활의 리더 김태원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표절을 할까 봐 20년 정도 다른 가수들의 음악을 듣지 않노라고.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종종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세세히 보지 않는다고. 이 부분에 대해선 나도 공감을 하는 것이 어디선가 스쳐 듣거나 흘려보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내 생각으로 이어져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 것에만 신경을 쓰면 '자기 복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라 하더라도 그게 고유의 문체나 글의 색이 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인데 아직까지 나는 그 정도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고작 4년 차일뿐이니까. 


어쩌면 앞으로도 쉽게 글을 쓸 것이다. 여태 그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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