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문득 당신의 그늘에 기대 쉬고 싶어졌다

by 권씀

삶의 바퀴 가운데 머무른 안개의 질감은 냉철한 포근함이 존재해 내 모습을 가리우는 한편 뉘일 곳은 없었다. 어떤 이의 꿈 속은 무척이나 흉흉해 지는 달빛조차 범접하지 못했고, 어떤 이의 삶 속은 무척이나 애처로워 울음을 내는 모든 생이 모이곤 했다. 그 모든 어떤 이들은 저마다의 감정을 비워낼 대나무숲이 필요했고 , 해가 쨍한 날엔 그늘막이 필요했다. 천정 위 하늘이 훤히 보이는 오두막에 사는 이는 안에서도 하늘을 보고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복된 일이냐 반문을 했고, 빛 하나 새어들어오지 못하는 집에 사는 이는 모든 것들로 자유로워졌노라 자랑스레 말을 했다. 저마다의 정의라는 건 뾰족한 철탑과도 같아 꼭대기에 선 이는 도통 중심을 잡기 어려워 떨어지기를 밥 먹듯 해댔지만, 철탑을 세운 이는 그 누구보다 너른 대지에서 제 몸을 사릴 뿐이었지. 아. 이 얼마나 날카로운 정의의 공간인지. 모든 감정을 솎아내고 덜어낸 그런 날엔 꼭 당신의 그늘이 생각나곤 했다.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냉철하면서도 포근한 당신의 그늘. 안개였다가 구름이었다가 다시 비였다가를 반복하게 될 당신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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