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묶여버렸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말이야. 잔뜩 짜 놓은 계획들은 어느새 먼지가 쌓인 채로 저기 구석에 박혀있어. 먼지를 툭툭 털고 쨍 내리쬐는 볕에 내놓고 싹 씻어놔야 할까. 누구도 발목에 족쇄가 채워지는 건 원하지 않을 거야. 자유도 중요하지만 자유에 따라오는 평화가 이어지지 않으면 엄청 슬픈 일이니까.
여행이 생각나는 요즘이야. 거창하게 말하자면 여행이지만 소소하게 말하자면 잠깐의 나들이. 잠깐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난 어디로 갈까. 바다가 보이는 섬이 좋을까. 산이 보이는 계곡이 좋을까.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의 패턴이 늘 같으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니까.
비 내린 뒤의 날이 대개 그렇듯 오늘도 어김없이 화창한 날이야. 봄은 어느샌가 와서 꽃을 선사하고 한결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은 쫑쫑 걸어가면서도 봄을 만끽하고 있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는 하나의 음악이 되어 세상을 수놓고 있고. 봄이야. 걷기 좋고 여행을 떠나기 좋은 그런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