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히 천천히 건너갈게요
초록불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애초에 우리에게는 빨간불은 없었지만
내 조급한 마음에 혹여나 당신이 발을 헛딛거나
누군가에게 부딪혀 넘어질까 해서요
초록불이 깜빡이는 시간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빨간불로 금세 바뀔까봐 내 발걸음은 그새 빨라져버리죠
필름카메라 속 약간은 흐린 풍경처럼
당신이 서있는 공간엔 봄꽃이 하나둘 피어나고
불과 1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그런 거리 속
우리의 시간은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멈춰있어요
횡단보도의 검고 하얀 등을 조심스레 밟으며
당신에게 천천히 조심스레 갈게요
우리가 서로 기댄 지난 시간들처럼